지난 일요일 김응수 감독의 신작 첫 편집본을 보기 위해 충주에 들렀다. 충주시내에서 충주호 방향으로 차를 몰고 가다 마즈막재라는 곳을 지나면 왼편으로는 충주댐, 오른편으로는 목벌로 향하는 갈림길이 나온다. 목벌 쪽으로 방향을 잡고 한참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이차선 포장도로도 끝이 나고 비포장도로가 이어지는 데 하루 세 번 이곳을 오가는 시내버스 종점 부근에 김응수 감독의 작업실이 자리해 있다. 지어진 지 30년 가량 된 오래된 단독주택으로 앞마당엔 한때 횟집으로 사용되었던 두 채의 가건물이 좌우에 위치해 있다. 거실에서 창문을 내다보면 세 그루의 정자나무 너머로 충주호반의 풍경이 시원스레 펼쳐져 있다.
김응수 감독의 신작은 요코 가와시마 왓킨스의 <요코 이야기>에 영감을 받아 출발한 작품으로 제작준비단계에서는 <요코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알려졌었으나 현재는 <아버지가 있는/없는 삶>이라는 제목으로 바뀌었고 최종판에서는 또 다른 제목이 붙여질 것이라 한다. 김응수 감독의 전작 <천상고원>(2006), <과거는 낯선 나라다>(2007), <물의 기원>(2009)을 지켜보아온 이들이라면 이미 짐작하겠지만, 이 신작은 <요코 이야기>를 극화한 것도 아니며 그 책과 관련된 사실들에 관한 다큐멘터리적 기록도 아니다. 70분 남짓한 1차 편집본을 보고 나서 든 개인적인 생각은, 풍경의 답사를 통해 일본이라는 국가의 내면으로의 여행을 시도했던 에세이 영화의 고전들 - 예컨대 크리스 마르케의 <태양 없이>나 빔 벤더스의 <도쿄-가> - 에 대한 한 한국 지식인의 영화적 응답이 아닐까라는 것이었다.
이 영화엔 두 갈래의 여정이 교차되고 있다. 요코가 그토록 가고 싶어했던 그녀 아버지의 고향 아오모리를 찾아나선 Q라는 인물의 여정, 그리고 한국남자와 결혼해 현재 충주에 살고 있는 마사코라는 여인이 아버지와 화해하기 위해 고향 고토로 가는 길에 동행한 P라는 인물의 여정이 그것이다. (김응수 감독 자신의 이중화된 동시에 중첩된 영화적 분신들이라고도 할 수 있을) Q와 P는 화면에 직접 등장하진 않지만 그들이 서로 주고받는 편지를 통해 존재를 드러내고 또 호명된다. 즉 이 영화의 내레이션은 전적으로 Q와 P가 주고받는 편지들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편지와 여정의 기록들은 <요코 이야기>라고 하는 문제적 텍스트를 '해체'(deconstruction)하면서 쓰여지지 않은 여백의 역사들을 현재에 불러들인다.
아직 영화가 마무리된 것은 아닌 만큼 성급한 결론은 피해야 하겠지만, 김응수 감독의 이 새로운 '충주영화'가 <과거는 낯선 나라다>(2007)와 <물의 기원>(2009)과 더불어 일종의 '역사 3부작'을 이루면서 그의 최근 경력을 중간결산하는 작품이 되리라는 건 확실해 보인다.
김응수 감독의 신작은 요코 가와시마 왓킨스의 <요코 이야기>에 영감을 받아 출발한 작품으로 제작준비단계에서는 <요코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알려졌었으나 현재는 <아버지가 있는/없는 삶>이라는 제목으로 바뀌었고 최종판에서는 또 다른 제목이 붙여질 것이라 한다. 김응수 감독의 전작 <천상고원>(2006), <과거는 낯선 나라다>(2007), <물의 기원>(2009)을 지켜보아온 이들이라면 이미 짐작하겠지만, 이 신작은 <요코 이야기>를 극화한 것도 아니며 그 책과 관련된 사실들에 관한 다큐멘터리적 기록도 아니다. 70분 남짓한 1차 편집본을 보고 나서 든 개인적인 생각은, 풍경의 답사를 통해 일본이라는 국가의 내면으로의 여행을 시도했던 에세이 영화의 고전들 - 예컨대 크리스 마르케의 <태양 없이>나 빔 벤더스의 <도쿄-가> - 에 대한 한 한국 지식인의 영화적 응답이 아닐까라는 것이었다.
이 영화엔 두 갈래의 여정이 교차되고 있다. 요코가 그토록 가고 싶어했던 그녀 아버지의 고향 아오모리를 찾아나선 Q라는 인물의 여정, 그리고 한국남자와 결혼해 현재 충주에 살고 있는 마사코라는 여인이 아버지와 화해하기 위해 고향 고토로 가는 길에 동행한 P라는 인물의 여정이 그것이다. (김응수 감독 자신의 이중화된 동시에 중첩된 영화적 분신들이라고도 할 수 있을) Q와 P는 화면에 직접 등장하진 않지만 그들이 서로 주고받는 편지를 통해 존재를 드러내고 또 호명된다. 즉 이 영화의 내레이션은 전적으로 Q와 P가 주고받는 편지들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편지와 여정의 기록들은 <요코 이야기>라고 하는 문제적 텍스트를 '해체'(deconstruction)하면서 쓰여지지 않은 여백의 역사들을 현재에 불러들인다.
아직 영화가 마무리된 것은 아닌 만큼 성급한 결론은 피해야 하겠지만, 김응수 감독의 이 새로운 '충주영화'가 <과거는 낯선 나라다>(2007)와 <물의 기원>(2009)과 더불어 일종의 '역사 3부작'을 이루면서 그의 최근 경력을 중간결산하는 작품이 되리라는 건 확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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