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2019년 6월 9일(일)에 "행동에서 담론으로, 느리게 배우는 사람의 교훈"이라는 제목으로 인디스페이스에서 강연한 것을 기록한 영상이다. 강연은 홍기선 감독의 <수리세>(1984)와 김동원 감독의 <명성, 그 6일의 기록>(1997)을 함께 상영한 뒤에 진행되었다. (<수리세>와 <명성, 그 6일의 기록>은 네이버시리즈온에서 온라인 감상 및 다운로드 가능하다.) 이 강연은 인디스페이스가 기획한 "비평기획: 영화를 말하다"의 일환으로 마련된 것이었다. 강연 영상은 인디스페이스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CH가지에 업로드되어 있다. (아래 그림을 클릭하면 해당 영상으로 이동.)
강연 개요
방법으로서의 액티비즘이야말로 한국 독립다큐멘터리의 기원이자 중추가 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이는 없을 것이다. 이때 액티비즘이란 어떤 식으로건 상황에 대한 개입(intervention)을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종종 이해되어 왔다. 그런데 우리는 1980~90년대에 제작된 초기의 독립다큐멘터리에서 이미 이와는 꽤 다른 방식으로 상황에 접근하는 몇몇 주목할 만한 예들을 발견하게 된다. 어떤 상황이 종료된 후에야 현장에 도착한 이들, 현장에 있지만 상황의 의미가 분명치 않다고 느끼는 이들, 말하자면 느리게 배우는 사람들이 수행하는 기입(inscription)의 액티비즘이라 할 만한 것이 있는 것이다. 여기서 기입이란 이중의 뜻을 지닌다. 서로 맞서는가 하면 긴밀히 얽혀 있기도 한 여러 정치・사회적 힘들이 상황을 구성한다는 의미에서의 기입이 그 하나다. 그리고 느리게 배우는 사람으로서의 다큐멘터리스트가 그처럼 모순적인 힘들이 동시에 기입된 상황을 포착하고 이를 다시 현 상황에 투사하고자 시청각적 기록물의 배치를 통해 수행하는 담론적 기입이 있다. 제도권 밖에서 제작된 최초의 다큐멘터리로 꼽히는 서울영화집단의 〈판놀이 아리랑〉(1982)은 이미 개입이 아닌 기입의 액티비즘을 그 방법으로서 추구하고 있었다. 본 강연에서는 서울영화집단의 〈수리세〉와 푸른영상의 〈명성, 그 6일의 기록〉을 함께 보면서 이러한 기입의 액티비즘이 오늘날 다시 주목 받고 있는 에세이적 영화 실천에 어떤 유용한 암시를 주는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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